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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영웅 Class 2〉 리뷰 -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운 작품

by 혼자 놀기 고수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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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약한영웅 Class 1〉이 작은 교실과 책상, 봉합되지 않은 상처의 세계에서 시작했다면, 이번 시즌은 전혀 다른 무대로 뻗어 나갑니다. 학교 안에서 마주쳤던 폭력은 이제 여러 학교 연합, 더 나아가 조직적 범죄의 그림자까지 드리워지며, ‘약한 자도 싸워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더욱 무거워졌어요. 스케일이 커졌다는 건 분명 반가운 변화입니다.
다만 그 확장이 작품의 핵심 감정선을 흐리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보면서 여러 번 자문하게 됩니다.

줄거리 재정비 — 지키기 위해 더 큰 싸움으로

주인공 연시은(박지훈)은 전편의 마지막에서 친구를 잃을 위기를 겪고, 다시는 그런 일을 겪지 않겠다는 다짐 아래 새로운 학교로 향합니다. 그는 ‘다시 싸우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지만,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아요. 전학생이라는 이유, 조용한 성격, 그리고 흔들림 없는 눈빛은 묘하게 사람들을 자극합니다.

새로운 무대에서는 개별적 폭력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이 시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 학교가 하나의 힘으로 묶인 ‘연합’은 룰과 서열, 보복 체계가 뚜렷해요. 여기서부터 시은의 싸움은 철저한 개인전이 아니라, 집단의 논리를 파고드는 심리전으로 확장됩니다. 그는 여전히 머릿속 계산을 우선하지만, 점점 몸이 먼저 반응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죠. 그 순간들에서 ‘지키기 위한 싸움’이 왜 피로해지는지 생생하게 체감됩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긴장감은 어디 갔나

이번 시즌이 칭찬받는 부분은 확실히 액션과 화면 스케일입니다. 카메라는 더 넓은 복도, 여러 학교 건물, 오토바이와 절도 등 다양한 공간과 사건을 종횡으로 엮어 ‘학교 폭력’을 넘어 작은 범죄 조직의 서사까지 끌어옵니다. 타격감은 분명 전편보다 커졌고, 합의와 달리 풀리는 몸싸움의 불안한 리듬도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하지만 확장의 대가도 있습니다. 무대가 커지면서 ‘왜 싸워야 하는가’에 대한 감정적 뿌리가 약해졌고,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얇게 느껴지는 순간이 생겨요. 시즌 1에서 선명했던 ‘약자 vs 구조’의 단순하고도 강렬한 구도는 이번엔 복잡한 연합의 이해관계 속에 섞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 싸움이 왜 지금, 여기에 중요하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듭니다. 한편으론 더 넓어진 세계관이 이후 전개를 위한 디딤돌이 되리란 기대도 남겨요.

“시즌 1 에피소드 1이 시즌 2 에피소드 1보다 훨씬 낫네.” — 시청자 반응 중

 캐릭터 변화와 감정선의 붕괴

전작의 연시은–안수호–오범석 삼각 축은 긴장감과 연대감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잡아 줬습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선 새로운 주축 인물들이 크게 비중을 차지하면서, 기존 인물들의 등장 빈도나 서사 깊이가 상대적으로 옅어지는 지점이 있어요. 이는 세계관 확장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지만,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붙잡고 갈’ 손잡이가 적어지기도 합니다.

적역들의 동기 역시 더 촘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납니다. 집착의 이유, 폭력으로 귀결되는 심리, 서열을 유지하려는 공포 같은 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이어졌다면, 큰 무대 위의 충돌이 더 날카롭게 파고들었을 텐데요. 시은 또한 “싸우지 않겠다”는 다짐과 현실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지만, 그 내적 여정이 때론 점프 컷처럼 툭 튀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전편의 치밀함이 그리워지는 대목이죠.

연출과 영상미 — 여전히 눈길을 끄는 부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미덕은 여전합니다. 회색빛 교실과 비 내리는 복도, 서늘한 공기가 감돌게 만드는 조명과 로우 앵글은 우리를 다시 ‘폭력의 현장’으로 끌어들여요. 특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난투를 롱테이크와 핸드헬드로 밀어붙이는 방식은 체감형 긴장을 잘 살립니다. 타격음 디자인과 카메라 워크의 호흡도 좋아서, 장면마다 몸이 먼저 움찔하게 되죠.

배우들의 연기도 신뢰할 만합니다. 박지훈은 전편보다 더 절제된 표정으로 ‘꺼지지 않는 각성’을 보여주고, 조연 라인업 또한 세계관 확장을 버티는 존재감을 보탭니다. 다만 액션의 볼륨이 커진 만큼, 감정선 연결의 매듭을 더 단단히 묶어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따라옵니다. ‘멋진 장면’이 ‘아픈 이야기’를 압도하는 순간이 간헐적으로 보이거든요.

결론 — 약한 영웅의 그림자, 그리고 남은 질문

약한 영웅은 약하다는 이유로 싸움을 시작했고, 그 싸움이 그를 변화시켰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그 변화는 더 큰 무대 위로 올라갔고, 그만큼 많은 상처와 피로를 동반했어요. 확장된 세계관과 강력해진 적들은 분명 흥미롭지만, “왜 이 싸움을 해야 하는가”, “이 싸움이 내게 어떤 울림을 남기는가”에 대한 응답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리즈가 끝내 붙잡고 있는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약해도 싸울 수 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세계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연시은은 다시 일어섭니다. 이번에는 그의 ‘약함’이 더 많이 드러났고, 그래서 더 많은 질문을 남겼어요. “강함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다시 돌아왔고, 그 답을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확장’보다 ‘응축’을, ‘볼륨’보다 ‘울림’을 기대하게 됩니다.

 

“스케일은 커졌지만, 울림은 희미해졌다. 약자도 영웅이 될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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