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하프 로고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했는지, 브라이언 보루 하프부터 1862년 첫 라벨, 1876년 상표 등록, 정부 하프의 반전, 2016 리디자인까지의 기네스 로고의 역사를 알아볼까해요.
“검은 맥주에 금빛 거품, 그리고 하프.” 기네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왜 하프일까요? 그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역사적입니다.

하프는 중세부터 이어져 온 아일랜드의 국가급 상징이며, 아일랜드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문장입니다. 기네스는 이 민족의 상징을 브랜드의 얼굴로 선택했고, 그 결정은 1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합니다. 기네스 하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아일랜드적 정체성(Irishness)을 전 세계로 확산시킨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브라이언 보루 하프’에서 시작된 영감

오늘날 기네스 하프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것은 더블린 트리니티 컬리지에 보관된 ‘트리니티 컬리지 하프(브라이언 보루 하프)’입니다. 14~15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금속현(와이어) 하프는 현존하는 게일 하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유물로 평가받습니다.
아일랜드 국장(coat of arms)과 기네스 상표 모두 이 하프를 원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기네스는 단순히 악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국가 문장과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시각적 상징을 택한 것입니다.
2) 1862년: 라벨에 처음 등장, 1876년: 상표 등록

하프는 1862년 처음으로 병 라벨에 등장했습니다. 당시 병목을 감싸는 라벨에는 하프와 함께 브랜드명, 그리고 창업자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의 서명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네스는 제품 전반에 통일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1876년 하프는 정식으로 기네스의 상표(트레이드마크)로 등록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단계, 즉 ‘선사용(라벨)’과 ‘법적 등록’은 하프를 단순한 그림이 아닌 법적·경제적 자산으로 승격시킨 과정이었습니다.
일부 자료에서는 “1862년에 상표를 등록했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1862년 첫 사용과 1876년 상표 등록을 구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는 기네스 공식 자료와 여러 디자인 아카이브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됩니다.
3) 정부 하프와 기네스 하프의 좌우 반전
하프는 아일랜드의 국가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부 문장, 동전, 여권 등 다양한 공식 문서와 상징물에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네스가 먼저 하프를 상표로 등록했기 때문에, 1922년 탄생한 아일랜드 자유국 정부는 상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하프 방향을 반대로(좌우 반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기네스 하프의 직선 가장자리(사운드보드)는 왼쪽을 향하고, 정부 하프는 그 반대 방향인 오른쪽을 향합니다. 즉, 국가 상징이 민간 상표를 피하기 위해 반대로 사용된 드문 사례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4) 장식적인 에칭에서 ‘현대적 실루엣’으로 — 하프의 시각 언어 진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하프 로고는 현의 수가 많고 장식선이 복잡한 문장형 디자인이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인쇄와 금속 조각 기술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디테일이 브랜드의 위엄과 진정성을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인쇄물, 간판, TV 광고, 디지털 매체 등 접점이 늘어나면서 하프는 점차 단순화(심플리피케이션)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1955년 무렵에는 하프 단독 심벌로 정리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1960년대 후반에는 선의 굵기와 비례를 정돈해 현대적이고 명료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작은 공간에서도 명확히 식별되고, 다양한 재질과 환경에서 재현될 수 있는 브랜딩의 실용적 해법이었습니다.
5) 2016 리디자인: 전통의 재해석 — Design Bridge × Gerry Barney
2010년대 들어 기네스는 하프를 다시 한 번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2016년 런던의 Design Bridge가 리디자인을 주도했고, 과거 기네스 하프의 그래픽 작업에 참여했던 일러스트레이터 게리 바니(Gerry Barney)가 함께했습니다.
그들은 실제 하프를 새로 제작해 구조와 질감, 금속의 반사광, 현의 굴곡을 세밀히 연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2D 그래픽에서도 실물의 질감과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결과물은 화면상에서도 깊이감과 금속성을 표현하면서도, 다양한 크기와 매체에서 명확하게 재현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6) ‘하프’라는 이름의 라거, 그리고 브랜드 세계관
하프는 단지 로고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1960년 기네스는 새로운 라거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제품명을 아예 ‘Harp’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는 심벌과 제품군을 개념적으로 연결한 전략이었습니다.
하프는 이후 회사의 역사관, 광고, 패키지, 미디어 전반에서 국가유산·기술·정체성을 잇는 중요한 브랜드 서사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잔의 맥주가 한 나라의 상징을 어떻게 품을 수 있는가”를 보여준 대표적인 브랜딩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프 로고의 주요 타임라인

- 14~15세기: 트리니티 컬리지 하프(브라이언 보루 하프) 제작 — 국장과 기네스 로고의 실물 모델이 됩니다.
- 1862년: 기네스 병 라벨에 하프가 처음 사용됩니다. (브랜드명, 아서 기네스 서명과 함께)
- 1876년: 하프가 정식 상표로 등록되어 법적 보호를 받기 시작합니다.
- 1922년: 아일랜드 자유국 출범 — 정부 하프는 방향을 반대로 채택하여 기네스 상표와 구분합니다.
- 1955~1968년: 하프의 단독 심벌화와 단순화가 이루어집니다.
- 2016년: Design Bridge × Gerry Barney 리디자인 — 실물 하프를 제작·연구하여 조형과 질감을 재해석합니다.

마무리: “국가 상징을 브랜드 자산으로”
기네스 하프의 성공은 단순히 국가의 상징을 차용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징을 일관된 법적·시각적·서사적 자산으로 발전시켜 온 시간의 결과입니다. 하프는 아일랜드의 역사를 비추는 동시에, 기네스가 쌓아 올린 장인정신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한 잔의 기네스를 들 때, 우리는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