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1994년의 낡은 비디오 테이프를 복원하다가, 그 안에서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보게 된다면?”
이런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카이브81 (Archive 81)》은 미스터리, 호러, SF, 사이비 교단의 요소까지 한데 섞은 아주 독특한 작품이에요.
2022년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드라마는 팟캐스트를 원작으로 만들어졌고, 오프닝부터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청자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줄거리 요약
주인공 댄 터너(Dan Turner)는 희귀한 비디오 테이프를 복원하는 아카이브 전문가입니다. 그는 어느 날 부유한 재단 소속의 의뢰인으로부터 1994년에 발생한 비스서 아파트 화재에서 살아남은 영상자료를 복원해달라는 이상한 제안을 받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외부와 단절된 외딴 산속 시설에서 단독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점.
댄은 이 의심스러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의뢰를 수락하고, 점점 테이프 속의 수수께끼에 빠져듭니다. 테이프의 주인공은 멜로디 펜드라스(Melody Pendras)라는 여성으로, 당시 비스서 아파트에 거주하며 그곳 주민과 건물의 정체를 기록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댄은 테이프와 자신의 과거, 그리고 멜로디의 실종 사이에 기이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며, 드라마는 시청자를 오싹한 미궁 속으로 끌고 갑니다.
관전 포인트
1. “테이프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교차되는 독특한 구성
드라마는 멜로디의 과거 기록과 댄의 현재 복원 과정을 교차편집하며 진행됩니다. 이 이중적 시간 구조는 마치 타임슬립처럼 보이기도 하고, 화면 속 인물들이 서로 교감하는 장면에서는 등골이 서늘해지죠.
2. 사이비 종교, 오컬트, 평행세계까지
이 작품의 중심에는 사이비 교단 ‘카일리고’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단순한 추적극이 아닌, 고대 신 ‘칼라고스’를 숭배하는 이단과 초자연적 세계를 다룹니다. 이는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서 종교적 광기와 인간 내면의 공허를 탐구하는 장르적 실험이기도 하죠.
3. 소름 돋는 사운드 디자인과 VHS 특유의 불쾌감
이 드라마는 ‘공포’를 절대 과장하지 않습니다. VHS의 화질 왜곡, 섬세한 음향효과, 느릿한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하죠.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무서운, 그런 정적인 공포입니다.
비평 및 총평
《아카이브81》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기억, 기록,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메타적 질문을 던집니다. 복원이라는 행위는 곧 망각된 과거를 다시 불러오는 일이며, 드라마는 그 위험성과 집착을 치밀하게 파고듭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닐 수 있습니다.
빠른 전개나 화끈한 전투신을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조금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야기의 중심도 후반부로 갈수록 추상적이고 난해해집니다. 몇몇 미스터리는 끝까지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르 팬이라면?
《다크(Dark)》나 《헌팅 오브 힐 하우스》를 좋아했던 시청자라면 이 작품이 주는 ‘느릿하지만 음산하게 파고드는 공포’에 흠뻑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 한줄평
“당신이 재생하는 순간, 테이프는 당신을 재생하기 시작한다.”
《아카이브81》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기억과 존재, 광기’에 대한 실험적 공포 체험을 선사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 믿는 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말할 겁니다.
“그게 진짜라고 누가 말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