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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리뷰

by 혼자 놀기 고수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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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올라온지는 꽤 지난 작품이었지만 이제서야 정주행하며 끝까지 보게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끌었어요.
‘살인자’라는 무거운 단어와 ‘ㅇ난감’이라는 어색한 철자가 주는 이질감이 묘한 긴장을 만들죠.
웹툰이 원작인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도덕과 정의, 인간의 본능과 죄의식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철학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우발적 살인으로 시작된 한 청년의 무너짐

주인공 이탕(최우식)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하지만 어느 날, 스스로도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되죠.
놀랍게도 그가 죽인 인물은 연쇄살인범이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이탕의 인생은 완전히 변해갑니다.

처음엔 공포와 죄책감에 휩싸이지만, 세상이 외면한 악을 제거했다는 ‘이상한 안도감’이 서서히 그를 잠식해요. 이후 그는 “나는 나쁜 놈을 죽였을 뿐이야”라는 자기합리화 속에서, 점점 ‘정의로운 살인자’로 변모해갑니다.

“악인을 죽였다고 해서, 내가 선해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기도 해요.

형사 장난감과의 대립 — ‘정의’의 두 얼굴

이탕을 추적하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은 냉철하고 철저한 수사관이지만, 그 역시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이에요.
법과 원칙을 중시하지만, 현실 속 부조리한 시스템 앞에서 때로는 정의에 대한 회의를 느끼죠.

그는 이탕을 쫓으면서, 점점 자신이 믿던 정의의 형태가 완벽히 옳지 않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탕은 악인을 처단하지만 살인을 정당화하고, 장난감은 법을 지키지만 때로는 진짜 악을 놓치죠.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범인과 형사가 아니라, ‘두 종류의 정의’가 맞부딪히는 철학적 대립이에요

인간의 양심을 흔드는 심리적 묘사

이 드라마는 총과 칼보다 ‘심리’로 싸우는 작품이에요.
이탕의 불안한 눈빛, 손끝의 떨림, 스스로를 통제하려는 내면의 독백들이 시청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최우식의 연기는 이 작품의 핵심이에요. 그가 보여주는 감정의 연기, 순수함에서 광기로 변하는 과정이 잔인한 폭력 없이도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한편 손석구는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이중성을 완벽히 소화했어요. 그의 대사 한 줄, 시선 하나에도 묵직한 감정이 담겨 있죠.

후반부에 등장하는 송촌(이희준)은 또 다른 축이에요.
그는 과거 경찰이었지만, 세상의 부조리에 지쳐 스스로 어둠의 길로 들어선 인물이에요. ‘정의의 또 다른 그림자’를 상징하죠.

연출과 미장센 — 색으로 그려낸 인간의 내면

〈살인자ㅇ난감〉은 시각적인 표현이 매우 정교해요. 초반부에는 따뜻한 조명과 자연광을 사용하지만, 이탕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화면의 색이 서서히 차갑게 변해요. 심리적 변화가 색감으로 전달되는 거죠.

또한 프레임 구도 역시 상징적이에요. 이탕이 고립될수록 인물의 주변은 텅 비고, 거울이나 창문에 비친 ‘이중된 얼굴’이 자주 등장해요. 이는 그의 양심과 죄의식, 그리고 ‘선과 악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예요.

음악 또한 섬세하게 배치돼요. 폭발적인 효과음 대신, 불안한 호흡과 미묘한 현악기로 심리적 긴장을 유지하죠.

철학적 메시지 — 정의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

이 작품은 결국 정의의 폭력화를 경계하는 이야기예요. 이탕은 ‘나쁜 사람을 없앤다’는 이유로 살인을 반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바로 ‘그 나쁜 사람’이 되어간다는 걸 깨닫지 못하죠.

법이 무력해졌다고 해서 개인이 법이 될 수는 없어요. 이탕은 스스로 정의를 실현한다고 믿지만, 그건 결국 자신만의 ‘신’이 되는 길이었어요. 장난감 형사는 이 지점에서 그를 막으려 하지만, 그조차 정의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결말의 여운 — ‘ㅇ난감’의 의미

드라마의 마지막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아요. 이탕은 끝내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그의 행동이 완전히 잘못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여지가 남아요. 그래서 시청자는 묻게 돼요.

“나는 이탕과 다를까?”

제목의 ‘ㅇ난감’은 여러 의미로 해석돼요. ‘이탕이 난감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살인자(ㅇ)는 난감하다’는 표현일 수도 있어요. 혹은 ‘장난감’이라는 단어의 은유로, 인간이 세상이라는 손에 놀아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라는 풍자적 메시지로도 읽히죠.
결국〈살인자ㅇ난감〉은 인간이 스스로를 정의라 믿을 때 얼마나 쉽게 괴물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총평

〈살인자ㅇ난감〉은 잔혹한 장면보다 도덕적 혼란으로 시청자를 압박하는 드라마예요.
원작 웹툰의 내용을 잘 살리면서도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최우식, 손석구, 이희준 세 배우의 완벽한 삼각 구도, 색감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불안한 미장센,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끝까지 시청자를 놓아주지 않아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철학적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이에요.
보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불편함이 바로 이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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