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극은 언제나 짜릿하죠. 하지만 단순히 복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부조리까지 통쾌하게 뒤흔드는 이야기라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2023년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이로운 사기〉는 그런 의미에서 참 특별한 작품이에요.
제목만 보면 착한 사기꾼의 이야기 같지만, 이 드라마는 단순한 착함과 악함의 경계를 허물며 진짜 정의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꽤나 기발하고 유쾌합니다.
2년 전 작품이지만 답답한 뉴스로 가득한 요즘 다시금 생각나는 드라마였습니다.
💡 줄거리 요약 – 감정 없는 사기꾼과 감정 과잉의 의사
〈이로운 사기〉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 사기꾼 ‘이로움’(천우희 분)과, 남의 감정에 과하게 공감하는 정신과 의사 ‘한무영’(김동욱 분)의 독특한 공조 복수극이에요.
처음엔 상담과 치료 관계로 얽힌 두 사람이, 점점 ‘사기를 통한 정의 실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기 시작하죠.
이 둘의 상반된 성격이 자주 충돌하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는 모습은 꽤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로움은 냉철하고 계산적인 전략가이고, 공감 과잉의 무영은 때로는 브레이크이자, 때로는 촉매제가 되어요.
드라마는 단순한 개인 복수에 머물지 않고, 거대한 재벌과 권력, 법의 사각지대까지 파고듭니다. 실제 사회 문제를 반영한 이야기 구조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합니다.
🧠 캐릭터 – 천우희와 김동욱, 정반대의 시너지
천우희라는 배우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작품이에요. 감정이 없는 인물이라는 설정을 단순히 ‘무표정’으로 처리하지 않고, 미세한 눈빛과 말투 변화로 로움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냈어요. 무감정하지만 냉혹하지 않고, 차갑지만 약간의 여운을 남기는 그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김동욱 배우가 연기한 한무영은 정반대예요.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캐릭터라 때로는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 진심이 드라마 전반의 인간미를 담당합니다. 감정이 없는 로움과 감정이 넘치는 무영의 조합은 그 자체로 극의 원동력이에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조화는 단순히 이야기뿐 아니라 감정선까지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예요.
🎯 관전포인트 – 사기인데 왜 이렇게 통쾌하지?
〈이로운 사기〉는 사기를 소재로 다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사기극’ 임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응원하게 되죠. 그 대상이 모두 부패한 권력층과 악인들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도리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극 중 등장하는 타깃들은 현실에서도 한 번쯤 봤을 법한 인물들이에요. 언론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 법을 피해가는 기업, 무고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사법 시스템까지…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런 현실 풍자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와 맞물려 무겁지 않게 풀어져요.
웃으며 보다가도 어느 순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 점이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연출과 스토리 구성 – 퍼즐을 맞추는 재미
〈이로운 사기〉는 구성이 매우 탄탄해요. 에피소드마다 반전이 있고, 초반에 등장한 작은 떡밥들이 후반부에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통쾌함을 줍니다. 특히 회상 장면과 과거의 단서들을 교차시키는 플래시백 연출이 탁월합니다.
음악이나 촬영도 꽤 스타일리시합니다. 정적인 장면 속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고, 인물의 심리를 음악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 아쉬운 점도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복잡해지면서 약간은 힘이 빠지는 느낌도 있었어요.
초반의 강렬한 임팩트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차근차근 쌓아가는 구성은 여전히 짜임새가 있었어요.
✅ 정리하며 – 이로운 사기, 이로운 중독
tvN 드라마〈이로운 사기〉는 단순한 사기극 드라마는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정의’의 의미를 되묻고, 때론 법이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진짜 정의는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질문합니다.
감정이 없는 사기꾼과 감정이 넘치는 의사라는 상반된 두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묵직해요. 사회 풍자와 복수극, 그리고 휴머니즘이 잘 버무려진 드라마를 찾고 있다면,〈이로운 사기〉가 딱 맞는 작품입니다.